팔월 연못에서/주용일
시절 만난 연꽃이 되었다.
그 연꽃 아름답다 하지 마라
더러움 딛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오욕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삶 어디 있으랴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음부에 피어 난 꽃송이다
애초 생명의 자리는
늪이거나 뻘이거나 자궁이거나
얼마쯤 질척이고 얼마쯤 더럽고
얼마쯤 냄새나고 얼마쯤 성스러운 곳이다.
진흙 속의 연꽃 성스럽다 하지 마라
진흙 구렁에 처박히지 않고
진흙 구렁에 뿌리박지 않은 생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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