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팔월 연못에서/주용일

능선 정동윤 2011. 8. 22. 10:54

팔월 연못에서/주용일

 

시절 만난 연꽃이 되었다.

그 연꽃 아름답다 하지 마라

더러움 딛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오욕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삶 어디 있으랴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음부에 피어 난 꽃송이다

 

애초 생명의 자리는

늪이거나 뻘이거나 자궁이거나

얼마쯤 질척이고 얼마쯤 더럽고

얼마쯤 냄새나고 얼마쯤 성스러운 곳이다.

 

진흙 속의 연꽃 성스럽다 하지 마라

진흙 구렁에 처박히지 않고

진흙 구렁에 뿌리박지 않은 생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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