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병동에서/유종호
내가 그래 허드레 누비옷이냐
퇴원 예정일에 꿰멘 데가 터졌다는
조기 암환자가 연신 앓는 소리를 하고
건새우처럼 등 구부리고 퓨-퓨-
그제 수술을 받았다는 칠십 노인이
플라스틱 삼단 호흡기를 들이 쉬고 있다
링거 병걸이를 끌거나 간병인에 기대어
입원실 밖 후덥지근한 복도를
넋 나간 패잔병들이 다수 서성이고
호통치듯 휴대폰 통화를 하며
건장한 청년이 씩씩하게 지나간다
(철부지 건강의 저 독선 저 야만!)
남산이 바라뵈는 입춘절 병동에서
전후좌우 삶은 기약겂이 흉흉하고
약한 자 밀어낸 막강한 세상은
천리지척 저리도 무지막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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