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외과 병동에서/유종호

능선 정동윤 2011. 8. 22. 15:05

외과 병동에서/유종호

 

 

내가 그래 허드레 누비옷이냐

퇴원 예정일에 꿰멘 데가 터졌다는

조기 암환자가 연신 앓는 소리를 하고

 

건새우처럼 등 구부리고 퓨-퓨-

그제 수술을 받았다는 칠십 노인이

플라스틱 삼단 호흡기를 들이 쉬고 있다

 

링거 병걸이를 끌거나 간병인에 기대어

입원실 밖 후덥지근한 복도를

넋 나간 패잔병들이 다수 서성이고

 

호통치듯 휴대폰 통화를 하며

건장한 청년이 씩씩하게 지나간다

(철부지 건강의 저 독선 저 야만!)

 

남산이 바라뵈는 입춘절 병동에서

전후좌우 삶은 기약겂이 흉흉하고

약한 자 밀어낸 막강한 세상은

천리지척 저리도 무지막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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