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병풍/김수영

능선 정동윤 2011. 8. 23. 16:28

병풍/김수영

 

 

병풍은 무엇으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하다

주검에 전면같은 너의 얼굴 우에

용이 있고 낙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할 것이 설움이라고 하면서

병풍은 허위의 높이보다도 더 높은 곳에

비폭을 놓고 유도를 정지한다

가장 어려운 곳에 놓여 있는 병풍은

내 앞에 서서 주검을 가지고 주검을 막고 있다

나는 병풍을 바라보고

달은 나의 등 뒤에서 병풍의 주인 육심옹해사의

인장을 비추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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