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반듯하다(후배 K에게)/박철

능선 정동윤 2011. 8. 24. 10:04

반듯하다(후배 K에게)/박철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 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를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게 쉽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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