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다(후배 K에게)/박철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 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를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게 쉽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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