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한 알의 모래가 되어/최규동

능선 정동윤 2011. 8. 24. 11:33

한 알의 모래가 되어/최규동

 

 

내가 어떻게 사초리 백사장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가 전에는 잘 생긴 바위였다고 말한다면

누가 믿을까? 그래도 동네에서 골목대장으로 주름잡던

깡다구 있는 차돌멩이였다는 것을

학교 때는 누구보다 선두주자에 있었다면

믿어 줄 수 있을까?

 

내가 잘 나가는 대기업 중역으로 있었는지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큰바위였는지

맨질맨질하게 값나가는 수석이었는지

현실은 누구도 내가 바위의 분신이라는 것을

궁금해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백사장에 널려있는 모래의 낱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까지 힙쓸려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모래알처럼 왜소해졌는지

내가 알수 없다.너와 나 흔적도 없이

또 다시 어디론가 쓸려 나갈 것이란 것 외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