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남자를 보면/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서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풍경/정현종 (0) | 2011.08.26 |
---|---|
해바라기처럼/정완영 (0) | 2011.08.25 |
자본주의/박범신 (0) | 2011.08.25 |
지게/이상국 (0) | 2011.08.25 |
비/정지용 (0) | 201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