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처럼/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 상대도 안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휙 넘겨다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잎은 사자수염,
부릅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 없다
먼 산을 넘어 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를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 음악이다
해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집실 같은 보드라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손가락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신고 온 우리 아버지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 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훤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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