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까시래기/최서림

능선 정동윤 2011. 8. 26. 15:32

까시래기/최서림

 

 

끄집어내려고 꿈틀거릴수록

점점 더 깊이 파고드는 까시래기

파고 들수록 더욱 까끌거리는 진실,

광주는 영원한 보리 까시래기인가

살아갈수록 살갗이 두꺼워져야만 하는 나에게

아직도 까시래기답게 찔러오는가

속옷에 착 달라붙어

밤낮 잠도 못 들게 까끌거리던

간, 염통, 혈관까지 파고들어 와서는

미치고 환장하게 들쑤시다가

나도 모르게 정말 나도 모르게

어느새 녹아 사라져버린 보리 까시래기, 지금

인조 대리석 보다 더 매끄러워진 내 등짝에

달라붙어서도

여전히 보리 까시래기일까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슬 속에는/기영석  (0) 2011.08.26
개망초/오선홍  (0) 2011.08.26
묶인 배/김요일  (0) 2011.08.26
풍경을 읽다/이수익  (0) 2011.08.26
만개/이형기  (0) 201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