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방어의 잠/정군칠

능선 정동윤 2011. 8. 29. 10:03

방어의 잠/정군칠

 

 

끔틀대는 방어의 살의 발라내자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뼈들

파도의 행간처럼

아득히 먼 길을 본다

물 굽이굽이를 넘어온

저 척추를 받친 빗금들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던 힘이었을까

살이 토막날수록 온기를 빼앗기며

더욱 선명해지는 갑골문자

적조에 시달리던 바다를 품어 알을 슬던 내장이

번쩍이는 칼날 아래

갈매기의 근육 진 그림자를 토해 낸다

입덧하는 여자처럼

난도질 당한 속을 게워낸다

방어放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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