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엄/이태웅
어짜피 오래된 기억들은 하나하나
두엄더미 속으로 스며든다
똥오줌은 물론 눈과 비가 지나가고
둔탁한 아버지의 발길이 스친 다음
반딧불이들이 군데군데
추억의 등을 밝히고
밤마다 별빛이 내려와 뒤섞일 때
땅 속에서부터 신열이 일어나며
속이 치받쳐 오른다
겹겹이 쌓인 두엄더미 속 득시글거리는
왕성한 식욕의 구데기들이
오래된 기억의 문을 들락거리며
단물이란 단물 죄다 빨아먹고
대추씨만큼 자랄 무렵
밤 하늘 비껴가는 유성 한 줄기
드디어 깜깜한 어둠 속에 묻힌
시의 하얀 뼈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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