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라도 좋으니/박영희
-갇힌자의 오래3
단 하루라도 좋으니
형광등 끄고 잠들어 봤으면
누군가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한 번 나눠 봤으면
철창에 조각 난 달이 아닌 온달 한번 보았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 봤으면
탄불 지핀 아랫목에서 삽십 분만 누워 봤으면
욕탕에 들어가 언 몸 한번 담가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흠뻑 비에 젖어 봤으면
밤길 한번 거닐어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잠에서 깨어난 아침 누군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그리운 이의 얼굴 한번 어루만질 수 있었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딸에게 전화 한통 걸어 봤으면
검열 거치지 않은 편지 한번 써 봤으면
접견온 친구와 한시간만 이야기 나눠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내 방문 내 손으로 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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