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단 하루라도 좋으니/박영희

능선 정동윤 2011. 8. 29. 12:21

단 하루라도 좋으니/박영희

-갇힌자의 오래3

 

 

단 하루라도 좋으니

형광등 끄고 잠들어 봤으면

누군가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한 번 나눠 봤으면

철창에 조각 난 달이 아닌 온달 한번 보았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 봤으면

탄불 지핀 아랫목에서 삽십 분만 누워 봤으면

욕탕에 들어가 언 몸 한번 담가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흠뻑 비에 젖어 봤으면

밤길 한번 거닐어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잠에서 깨어난 아침 누군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그리운 이의 얼굴 한번 어루만질 수 있었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딸에게 전화 한통 걸어 봤으면

검열 거치지 않은 편지 한번 써 봤으면

접견온 친구와 한시간만 이야기 나눠 봤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내 방문 내 손으로 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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