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감꽃/송수권

능선 정동윤 2011. 8. 30. 12:45

감꽃/송수권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아이들 두셋이 짚오리에

타래타래 감꽃을 엮어 목걸이를 꿰면서

돌중 흉내를 내고 있다

감꽃 속에 까치발 뒤꿈치도 묻히는 게 보이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도

크림색 밝은 향기에 실리면서

오월의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감꽃 줍는 애들 곁에서

하나 둘 나도 감꽃을 주우면서

금목걸이를 목에 두를까

금팔찌를 두를까

능구렁이 같은 나의 어두운 노래 끝도

실리면서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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