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송수권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아이들 두셋이 짚오리에
타래타래 감꽃을 엮어 목걸이를 꿰면서
돌중 흉내를 내고 있다
감꽃 속에 까치발 뒤꿈치도 묻히는 게 보이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도
크림색 밝은 향기에 실리면서
오월의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감꽃 줍는 애들 곁에서
하나 둘 나도 감꽃을 주우면서
금목걸이를 목에 두를까
금팔찌를 두를까
능구렁이 같은 나의 어두운 노래 끝도
실리면서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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