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어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매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에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는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종의 얼굴같은 너의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풍/문태준 (0) | 2011.08.31 |
---|---|
낙엽을 위한 파반느/이병금 (0) | 2011.08.31 |
고목/복효근 (0) | 2011.08.31 |
상수리나무/이재무 (0) | 2011.08.31 |
꽃은 단 한번만 핀다/백무산 (0) | 2011.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