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젊은 꽃/이재무

능선 정동윤 2011. 9. 2. 08:08

젊은 꽃/이재무

 

 

때 되면 누구에게나 밀려오는 시간의 밀물

그 또한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물에 잠긴 자리마다 검게 죽어가는 피부

지나온 생의 무늬는 목까지 차오른다

하루의 팔할을 사색으로 보내는 그,

긴 항해 마치고 돌아온 목선처럼 지쳐 있지만

바깥으로 드리운 그늘까지 늙은 것은 아니다

구름 많은 몸이라 해서 왜 욕망이 없겠는가

봄이면 마대자루 같은 그의 몸에도 연초록

희망이 돋고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그리움으로

깡마른 몸 더욱 마르는 것을,

늙은 나무가 피우는 저 둥글고 환한 꽃

찾아와 붐비는 나비와 벌들을 보라

검은 피부에도 가끔은 꽃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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