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꽃/이재무
때 되면 누구에게나 밀려오는 시간의 밀물
그 또한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물에 잠긴 자리마다 검게 죽어가는 피부
지나온 생의 무늬는 목까지 차오른다
하루의 팔할을 사색으로 보내는 그,
긴 항해 마치고 돌아온 목선처럼 지쳐 있지만
바깥으로 드리운 그늘까지 늙은 것은 아니다
구름 많은 몸이라 해서 왜 욕망이 없겠는가
봄이면 마대자루 같은 그의 몸에도 연초록
희망이 돋고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그리움으로
깡마른 몸 더욱 마르는 것을,
늙은 나무가 피우는 저 둥글고 환한 꽃
찾아와 붐비는 나비와 벌들을 보라
검은 피부에도 가끔은 꽃물이 든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김남주 (0) | 2011.09.02 |
---|---|
가을에/정한모 (0) | 2011.09.02 |
팽이/이재무 (0) | 2011.09.02 |
해장국/김수열 (0) | 2011.09.01 |
빈 거미집에 대한 단상/문충성 (0) | 2011.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