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팽이/이재무

능선 정동윤 2011. 9. 2. 07:58

팽이/이재무

 

 

오늘 나는 한 방향으로만 고집하는

저 낯익은 사내에 대해 다시 노래하련다

회초리가 와서 자신의 몸을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돌고 돌면서 미쳐 날뛰는 그는

회초리가 빨리 더 빨리

다녀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맹렬한 속도로 돌고도는 관성은

바라보고 있으면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직립의 회전을 보이기도 하나

주기적인 매질이 없으면

언제라도 바닥에 내팽개쳐질 가련한 신세

그러기에 팽이는 돌면서 매를 부르고

회초리는 팽이의 몸에 척척 감기며

가학의 쾌감을 전율한다

저 현기 속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오, 저것은 얼마나 지독한

자본의 마조히즘과 사디즘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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