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가을에/정한모

능선 정동윤 2011. 9. 2. 08:28

가을에/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에 묻혀 버리는

해저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한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물아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밤/이호우  (0) 2011.09.02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김남주  (0) 2011.09.02
젊은 꽃/이재무  (0) 2011.09.02
팽이/이재무  (0) 2011.09.02
해장국/김수열  (0) 201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