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꽃처럼 시간처럼/이영신

능선 정동윤 2011. 9. 6. 17:12

꽃처럼 시간처럼/이영신

 

 

과꽃이 꽃잎을 피우느라

땀을 흘리고 있자

지나가던 시간이 재미있다고 다가왔다

다가와서 과꽃잎에 진분홍색을 칠해준다

조심스레 천천히 칠하다가

넋 놓고 칠하다가

허리가 아프다고

쪼그려 앉아 칠해주고 있다

이제는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았다.

 

햇살이 등을 민다

먼저 가라고 등을 밀어낸다

바람이 다가와 걱정스레 시간의

귀밑머리를 귀에 꽂아준다

 

달님도 들여보내고

별님도 들여보내고

시간은 과곷 옆에서 마냥 앉아만 있고 싶다

붙박이라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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