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그늘에서/윤정구
어머니의 삼우제를 지내고
살구나무 그늘에서
어머니의 옷가지를 살랐다
불꽃과 연기 속에서
어머니 아끼던 모든 것
팔십 평생이 하얗게 사위고 있었다
가면 다 불태울 거지만은
옛날 생각 나 못 태우겠다고
차마 버리지 못하시던 것을 태우며
무심코 올려다본 살구나무 가지마다
작은 씨앗들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꽃이 진 후에야
모든 것을 다 보내버린 그 꼭지에서
녹두알 만한 새로운 삶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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