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탑,탑/손옥자
서울역의 밤
쫓겨가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숨어 있는 사람들
대합실 밖으로 몰아낸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불꺼진 대합실 주위를 서성인다
문은 굳게 닫히고
어두운 곳에서 추위에 지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웅크린 몸으로 탑을 만든다
어깨너머로 불빛을 흘리고 있는 석탑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돌탑
술 취한 채 흔들리는 피사의 사탑
바닥에 나동그라진 무너진 탑
저들은 몸 속에 몇 개의 사리를 갖고 있을까
조개처럼 아프게 밴 진주를 몸속에 품고
스스로 탑돌이 하듯이 인생의 주변을 서성이는
탑
탑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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