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손택수
아낙이 숫돌에
칼을 갈고 있다
횟집촌 골목
생선 배를 따던 칼날들이
녹을 벗고 은빛 날을 세운다
칼들은 생선처럼 이내 심심해졌다
생선이라는 말의
배를 갈라놓을 듯
죽은 말의 살점을 다 져며놓을 듯
철선이 슥 바다를 가르며 지나간다
상처가 나기 무섭게 아무는 푸른 부위
불꽃을 튀기며 숫돌이 돌아간다
거대한 상처 속에서 파닥파닥 깨어나는 말
손에 쥔 날치 한 마리가 은빛 날비린내를
뿜는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감을 따며/도한호 (0) | 2011.09.08 |
---|---|
아비/김충규 (0) | 2011.09.08 |
허공을 키우는 나무/김완하 (0) | 2011.09.08 |
오징어/유하 (0) | 2011.09.08 |
나팔꽃의 꿈/김완하 (0) | 2011.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