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단감을 따며/도한호

능선 정동윤 2011. 9. 8. 10:42

단감을 따며/도한호

 

 

단감을 따는 날 아침

시집간 딸아이의 서랍에서

오래된 수첩 하나를 발견하고

무심코 펼쳐본다

 

조헤레나 구구팔 육삼팔삼

고정선 삼이오 사공육육

수첩에는 어릴 적 제 친구들의

전화번호와 날마다의 느낌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아 소중한 보물단지를 던져두고

딸아이는 홍콩에서 살고

헤레나와 정선이는 구구팔과

삼이오에서는 살지 않는다

 

그 아이들의 앳된 모습으로

내 집을 드나들 때는, 뜰의

단감나무도 여리디여렸거늘

조심 하여라, 너희들 이름

매단 가지가 바람 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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