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을 따며/도한호
단감을 따는 날 아침
시집간 딸아이의 서랍에서
오래된 수첩 하나를 발견하고
무심코 펼쳐본다
조헤레나 구구팔 육삼팔삼
고정선 삼이오 사공육육
수첩에는 어릴 적 제 친구들의
전화번호와 날마다의 느낌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아 소중한 보물단지를 던져두고
딸아이는 홍콩에서 살고
헤레나와 정선이는 구구팔과
삼이오에서는 살지 않는다
그 아이들의 앳된 모습으로
내 집을 드나들 때는, 뜰의
단감나무도 여리디여렸거늘
조심 하여라, 너희들 이름
매단 가지가 바람 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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