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 떼와 같은 귀소본능으로 조금씩 비워지기 시작하였다
지하철이 텅텅 비었다는 근엽이의 맑은 목소리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지례 겁을 먹고
안산 암장 오르기 2학기 행사를 포기한 교장의 성토를 보태며 산으로 들어 갔다
종수,근엽이 그리고 나, 나중에 천수 부부가 책갈피 바위에서 합류 하였다.
능선 초입으로 들어서니 산초향기가 훅 안겨왔다.추어탕집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가시가 있는 산초나무는 초피나무와 다르게 가시가 엇나 있다.
또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싸리나무꽃들도 가을산의 여백에 보라색 물감 몇 점
떨어뜨리며 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한 빨지산들의 훌륭한 땔감이 된 가슴저미는 싸리꽃 보라빛.
519차 여섯 봉우리 의상능선의 긴 종주와 520차 안산 암벽 연습으로 회복한 체력으로
오늘은 사모바위에서 응봉능선을 넘어 왼쪽으로 진관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오른쪽 깊은 삼천사 계곡으로 가려다가 마지막 차편이 불편하여 진관사로 내려왔지만
응봉능선도 자신만의 독특한 자태를 뽐내며 북한산에서 이름이 붙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산정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전경이 다소 흐린 가을산의 잔잔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승가봉 근처의 진한 초록과 의상능선의 중간색 톤의 연초록과 멀리 백운대 군단의
희미한 산색이 원근감을 더한 한폭의 산수화를 보여주는 듯 하였다.
하얀빛이 빛나는 화강함 바위에 거뭇거뭇한 나무들은 먹물이 흐르지 않도록 섬세하게
그려놓은 수준높은 화가의 그림인 듯 취하게 만들었다.
60세에 은퇴하여 90세가 된 어느 어른이 지나온 30년의 허송세월을 후회하며 100세에
이르러 후회하지 않도록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건강챙기기라 생각되었고
다음으로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내어 그 방향으로 매진하는 일이고
주변의 무리들과 잘 어울려 스트레스를 잘 풀며 지내야 하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래서 주말산행을 거르지 않고 월간 산행도 꼭 참가하여 심신의 피로를 풀면서
나쁜 어른이 되지않도록 노력하면서 아름다운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뭐, 북아등에 꼭 나오라는 이야기나 덕산회 정도는 꼭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치면 여러면에서 효과가 높다는 이야기다.
얼룩무늬 하이에나가 어린 누를 잡으려고 할 경우에 혼자 사냥할 때는
실패할 확률이 85%에 달하지만 세마리가 사냥을 하면 30%로 실패율이 낮아진다고.
또 염주 비둘기를 사로잡을 가능성은 한 마리일 때는 80%이지만 50 마리 이상
무리를 지으면 10%로 떨어진다.개채수가 증가할수록 사로잡힐 가능성은 줄어든다.
우리들이 왜 무리를 이르고자 하는지,본능처럼 모이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추석 연휴의 첫날을 토요북아등 친구들과 북한산을 한바퀴 돌고
인간의 사냥본능을 자극하는 당구장에서 긴 창을 들고 희고 노란 도구로 빨간 사냥감을
끝없이 추적하는 숫컷들과 몇 시간을 더 보내다가 귀가 하였다.
오늘은 본능 이야기만 하였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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