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남한산성 다녀오다

능선 정동윤 2011. 9. 19. 10:28

 

 

 

매미가 몰고 사라진 폭염의 뒤를 이어 긴 우기에 굶주렸던 모기들이 극성스럽게 나타나더니
내 팔과 다리에 마지막 남은 여름의 붉은 화인을 새기고 또 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수많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고 이제 떠나려 한다.

 

지하철 5호선의 종점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도로공사로 상당히 시끄러웠다.
공수부대 앞의 집결장소에 모인 18명의 친구들과 함께 천천히 산속으로 깃들었다
산행을 마치고 이곳에 다시 왔을 때 상기는 공수부대 후배들을 찾아가 깍듯이
거수경례를 받고 몇 마디 위로를 해주고 나왔다.
젊은 시절 근무한 군부대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다니.
오늘은 산행내내 상기는 기가 철철 넘쳤고 동열이의 강렬한 입담을 지배하기도 했다.


북한산이 골산이라면 남한산은 육산으로 아까시나무, 물오리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싸리나무
누리장나무 등이 보였고 능선에 올라서니 소나무와 서어나무, 물푸레나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언젠가 아까시나무를 보고 느낀 소감,

 

아까시나무/정동윤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좀작살나무 열매가 연보라로 바뀔 즈음

혼자 걷다 친구의 아까시나무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리 땅 민둥산에서

질소를 끌어안고, 무너지는 흙덩이 움켜잡으며

황토색 산을 풀색으로 힘들게 물들이며

노동으로 부르튼 입술에 꿀을 발라 주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땔감으로

온돌과 밥상을 덥혀 주고는

사라질 때를 잘 아는 매미처럼 떠나려니

아까시나무는 잡목이라며 손가락질이다

 

무덤에 비석 하나 세우지 못하고 불 태워 질

우리가  사방공사용 아까시나무다.


하늘을 가린 숲 속의 포근한 흙길을 걸으면서 이곳도 앞으로 자주 오게 될 코스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나이와 반비례하여 덕산회의 산행 고도는 점점 낮아지는 현실이니.
한시간 정도를 천천히 삼림욕 하듯 걸으며 능선에 올라서니 시야가 훤히 트였다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남산을 넘어 북한산의 하얀 인수봉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간밤에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갔고 가을을 재촉하듯 그윽한 비가 내리더니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씨를 펼쳐 주었다.


오늘도 대오의 중간에서 웃음 제조기, 동열이의 입담은 앞뒤좌우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고
동열이 근처에 있으면 어김없이 그 이름이 차출되어 유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고
지나가는 여성들의 입가에까지 웃음을 도달시키는 저력을 과시하였다.
웃음도 정량제라면 일주일치 웃음을 오늘 하루에 다 소진 하였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웃음은 웃을수록 늘어나는 장점이 있어서 우리는 맘껏 웃음을 터뜨렸다.
동열이로 웃음 제조는 서어나무 아래 원형의 두레밥상까지 이어졌고 수어장대 계단에 모여앉아
단체사진을 찍을 때 우리들의 웃움은 그 정점을 이루었다.
사진기를 든 정선이 곁으로 지나가던 산객이 우리를 향해 “니기미~~~”를 유도하는 바람에
우리는 단체로 “니기미~~~”를 발음하는 모습이 정선이 카메라에 깊이깊이 박혔을 것이다.
김치도 치즈도 아닌 니기미~~~라니.푸하하하


점심은 수어장대의 서어나무 아래 두레밥상처럼 둘러 앉으니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앞으로도 먹을 때는 가능하면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원형으로 앉으면 좋을 듯 하다.
10시에 출발하여 뒷풀이 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 정도.
광수가 합류하며 순두부와 막걸리 18병의 목축임이 있었다.
산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뒷풀이를 간단히 하고자 하는 기본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처럼 만나 기분좋은 회포를 풀려면 산행시간과 동일한 뒷풀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외침,
부르짖음, 울부짖음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다음달 속리산 산행에 좋은 친구들의 많은 합류를 기대하면서 웃음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단풍의 속리산 산행이 계획되어 있으나 영남 알프스 산행의 추천이 들어와서 집행부는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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