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내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정다운 울타리였다.중부 지방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고향 영천에서는 지천이었다
그 가시로 삶은 다슬기 속을 파 먹으면 나사처럼 쏙쏙 잘 빠져 나온곤 하였다.
초등학교 가는 길에 탱자나무 울타리 안의 텃밭에는 동네 할머니가 보물처럼 가꾸시는 채소들의 종류가 참 많았다는 기억.
그 곳을 지나면 저수지가 나오고 근처의 찔레나무가 줄 지어 심어져 있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찔레꽃이 장미를 낳은 어머니라고. 양귀비도 찔레꽃잎을 욕탕에 뿌려서 목욕을 했다고.
그래서 고운 피부를 유지하며 당 태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나무 수국, 일본 수국이리고도 한다. 밥 그릇에 고봉으로 담아 주는 이밥처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양성화와 장식꽃이 잘 어우러진 꽃이다. 한쪽이 취약하면 다른쪽이 보완하여 소담스럽게 피워준다
가을 화단의 밝고 넘치는 기쁨을 맘껏 뿜어내고 있다.
보면 볼수록 그 푸짐함을 잊을 수가 없을 듯하다.어느날 갑자기 나무수국이 보고 싶어 홍릉에 가자고 내가 나를 조를 것 같다.
누리장나무, 북한산 기슭에서 얼핏 보고 지나쳤다가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 입 속에서 맴 돌았는데
산 아래 다 내려와서야 생각났던 누리장나무
붉은꽃잎과 남색의 열매가 독특하고 잎이나 열매에서 누린내(짐승의 고기 기름내)가 난다고 누리장나무라 이름 붙혔으나
재래식 화장실이나 아이들이 낮잠 자는 근처에 잎을 잘라 두면 모기나 파리등 곤충들이 덤비지 않는다.
요즘 같은 가을 모기가 극성일 때 아파트 거실이나 침실에 갖다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였다.천연 방충제이며 탈취제다.
주말 계획/정동윤
올가을에는
홍릉 수목원 꽃댕강나무 보러 가야지
어느 해 가을
가을볕이 서러운 백수 시절
홍릉수목원 한 바퀴 돌다 발견한
진하지도 흐리지도 그래도 화려한 꽃
넋이 빠진 듯 바라보다
주춤주춤 물러난 힘든 시기
그때 위로가 된 그 꽃
늦더위 수그러지는 주말에
홍릉 수목원 그 꽃 보러 가야겠다
간 김에
달콤한 향기의
계수나무 낙엽도 찾아봐야지
아직 꽃댕강나무는 꽃 피움이 절정에 미치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9월말이나 10월 초에 보면 꽃차례나 꽃들이 만개할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좀 서둘었나보다.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
1892년에 심었다는 반송. 의젓하고 품격이 있어보이는 소나무.높이 오를 욕망을 자제하고 주변과 관계 맺는 일도 참으며
오직 자신의 수양과 정신적 가치에 정진하는 모습이다.소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목재의 기치가 높아가지만
이곳의 반송은 목재로써의 가치보다 존재감으로의 가치가 훨씬 높아 보인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우러나오는 홍릉의 대표적 나무, 반송이다
옥잠화.비비추와 비슷하고 같은과이나 꽃이 핀 모양이 다르다.비비추는 보라색인데 이 옥잠화는 옥으로 만든 비녀같다고 옥잠화라 불려진다
맥문동, 비비추, 옥잠화 수호초 등은 그늘을 좋아해서 큰 나무아래 많이 심는다.
뿔남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나무라서 담아 왔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배롱나무, 나무 백일홍, 간지럼 나무.
배롱나무/정동윤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길목
흑백의 건조한 풍경
겨울을 지독하게 앓아본 사람은
아지랑이 봄빛이 분에 겹도록 반갑다
흑백의 풍경을 뚫고 돋아나는 새싹들
한바탕 꽃 잔치로
겨우내 지친 마음 앞에
봄 한철 내내 꽃 피워도 몰랐다.
이제 겨우 삶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돌아보니
장마와 호우로 물 잔뜩 마시고
여름 햇살 뭉텅뭉텅 잎새로 찔러 넣고있는
느릿느릿 꽃 피우는 배롱나무를 본다
매미들 악으로 충성 외치고
봄꽃들 열매 달고 달려와 인사하면
꽃은 이렇게 피운다며 석 달 열흘 불 탄다.
지나가는 바람 스치는 눈빛에도
건들건들 손 흔들며 붉은 웃음 흘리고
매미들의 한 생애가 가고
귀뚜라미 울어야 끝나는 배롱꽃 화염
진지하지만 엄숙하지 않는
남쪽이 고향인 배롱나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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