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지팡이/정진규

능선 정동윤 2011. 9. 15. 09:06

지팡이/정진규

 

 

나무는 무릎 관절이 없다 걸어다닐 수가 없다

다리도 아프지 않은 모양이다 몇 백 년을 제자리에

만 줄창 서 있다 스스로 넘어지는 나무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무릎 관절이 있는 나는 말이 屈伸自在

이지 비키고 비켜서 여기까지 왔구나 살아남았

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수명도 더 짧다 제자리를

지켰다 할 수도 없다 세상을 싸다닌 나의 무릎 관

절이 이제 고장이 났다 박달나무에게 나무 지팡이

하나를 빌렸다 사람의 슬픔엔 고장나는 관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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