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푸는 여자/이면우
여자 외팔이 이사 오자 동네 사람들
어떻게 팔 하나로 밥 푸고 신랑 보듬냐고 킥킥댔다
그 집 부엌 낮은 쪽창에 까만 눈동자 달라붙었다
그 여자, 반질반질한 부뚜막에 주발 두 개 놓고
맑은 물 한 그릇 곁에 놓고 솥뚜껑 열어 뿌연 김 속에서
언제 움켜쥔지도 모를 주걱으로 척척 밥 퍼 담았다
신랑 주발은 손바닥에 번개같이 물 적셔
초가지붕으로 올려부쳤다
작은 소반에 반찬종지 발주발 올려놓으면
샘터 쪽 쪽문 열고 말없이 들어선 얼굴 흰 남자
가볍게 들어올려 방으로 갔다 외팔이 여자
부엌 등 탁 끄고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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