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첫눈/정양

능선 정동윤 2011. 9. 15. 11:26

첫눈/정양

 

 

한번 빚진 도깨비는

갚아도 갚아도 갚은 것을

금방 잊어버리고

한평생 그걸 갚는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천나던

흉년의 허기도 비슷했던가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아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 내리는

저 첫눈을 보아라

 

몇 평생 갚아도 모자랄

폭폭한 빚더미처럼

먼 산마루에만

희끗거리며 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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