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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김동길 박사

세월, 김동길 박사/정동윤 김 박사께서 세월을 이야기하며 40에서 50 사이는 41,42,43,44,로 빨리 세는 속도로 가고 50에서 60 사이는 50,55,60 으로 건너뛰듯 지나가고 60에서 70 사이는 60,70 하면서 툭 지나가고 70에서 80 사이는 7080 동시에 지나가는데 80 이후는 눈 깜짝하면 1 년이라면서 가는 세월 아쉬워 말고 94 년 사셨지만 남길 것 아무것도 없다며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유머와 시 암송을 즐겨하는 김동길 박사를 생각하다 문득 손녀가 생각났다. 올여름 파나마 사는 딸이 왔는데 함께 온 8 살, 5 살 손녀가 파나마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말 해보라고 할 때 난처하다고 얘기하길래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을 들려주고 아이 둘에게 모두 암송케하..

건망증을 기억하는 오류

건망증을 기억하는 오류/정동윤 출근길 충무로 환승역의 의자에 잠시 앉아 땀에 젖은 겉옷을 벗다가 열차가 들어오는 바람에 의자에 둔 휴대폰 챙기지 못하고 부랴부랴 열차로 뛰어올랐다. 아뿔사, 내 휴대폰! 바깥 의자에 놓인 휴대폰을 보자 놀란 내 마음은 가방을 노약자석에 내려놓고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쏜살같이 되돌아오니 덜컹 전철의 문이 닫혔다. 휴~우, 내가 타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면? 몇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려보니 무더운 아침의 해프닝이 아찔하였다. 숲 체험 준비를 하다가 새총의 표적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아 망연자실 창 밖을 바라보는데 건너편 벚나무 가지에 어린 까치가 숲속을 향해 깍깍 울어댄다. 지난 주 금요일 오전에 다른 유치원의 아이들과 놀 때 복자기 나무에 달아둔 기억이 ..

폭풍우의 기도

폭풍우의 기도/정동윤 원주 오크밸리 컨벤션홀 800여 명이 한꺼번에 뿜어내는 영혼을 울리는 기도 소리가 강렬한 음악과 울부짖는듯한 간절한 외침으로 나의 감성을 자극하며 폭풍우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가랑잎처럼 팔랑이는 숨결 낮은 내 기도 소리는 너울 속의 돛단배인양 난파될까 뒤집어질까 걱정과 긴장의 밧줄로 말씀의 중심을 단단히 묶어 온몸으로 노를 저어갑니다 성령 충만한 음성들이 사이렌의 유혹처럼 내 기도를 흔들지 않도록, 열광과 흥분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나만의 진솔한 기도로 주님의 영성을 붙잡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우렁차게 주여! 를 외치며 기도하는 젊은 목사의 당당함도 단 아래 둥근 탁자 앞에 등 굽은 자세로 기도하는 머리 흰 노목사의 목소리도 격랑 속으로 빨려 듭니다 구름 속이 갇힌 초승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