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산에 가면 부끄러워

능선 정동윤 2011. 5. 2. 09:03

 

산에 가면 부끄러워/정동윤

 

산에 가면 참 부끄러워

여기저기 들리는 새소리

그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청각장애

 

산에 가면 참 부끄러워

해마다 산길에서 보았을 들꽃

그 흔한 이름 알지 못하는 시각장애

 

산에 가면 참 부끄러워

우리 주위를 맴돌던 벌레들

보고도 부르지 못하는 언어장애

 

그보다 더 부끄러운 건

몇 그루 아는 나무마저 까먹는 게 아니라

내 이름 내가 부르면서 내가 누군지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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