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꿈처럼 달려와 줘요/박서원

능선 정동윤 2011. 9. 22. 08:09

꿈처럼 달려와 줘요/박서원

 

 

내 사랑

 

키 큰 나무들 노을로 반짝일 때

두 팔 가득 카나리아 안고 달려와 줘요

외투와 장화 같은 건 버리고 달려와 줘요

 

낮 동안은 초생달처럼

태양에게 빼앗겨야 하는 당신

내게로만 몰리는 따뜻한 안개가 되어 줘요

이 저녁 백합 시들기 전에

등잔으로 타오르는 내가 되게 해줘요

 

당신의 가슴은 백합꽃으로 떨리는 바다 같아

한 마을을 덮고도 쌓이는 흰 눈나라 같아

 

나는 함부로, 함부로 당신에게 침범할 테요

때가 되면 살아있는 것들이 잉태를 하듯이

당신은 그런 내 모습에 소스라치겠지요

아아, 그래요 나도 놀라 소스라칩니다

그걸 잊고 있었다니

 

이젠 아침의 태양이 당신을 세상에 보내도

나는 언제나 홀로인 대낮의 치욕을 견디겠어요

노을이 창의 커튼을 바람처럼 흩뜨려놓을 때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노래하는 카나라아가 되고

있겠어요

내 뺨을 박하향으로 불 피워놓고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