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달려와 줘요/박서원
내 사랑
키 큰 나무들 노을로 반짝일 때
두 팔 가득 카나리아 안고 달려와 줘요
외투와 장화 같은 건 버리고 달려와 줘요
낮 동안은 초생달처럼
태양에게 빼앗겨야 하는 당신
내게로만 몰리는 따뜻한 안개가 되어 줘요
이 저녁 백합 시들기 전에
등잔으로 타오르는 내가 되게 해줘요
당신의 가슴은 백합꽃으로 떨리는 바다 같아
한 마을을 덮고도 쌓이는 흰 눈나라 같아
나는 함부로, 함부로 당신에게 침범할 테요
때가 되면 살아있는 것들이 잉태를 하듯이
당신은 그런 내 모습에 소스라치겠지요
아아, 그래요 나도 놀라 소스라칩니다
그걸 잊고 있었다니
이젠 아침의 태양이 당신을 세상에 보내도
나는 언제나 홀로인 대낮의 치욕을 견디겠어요
노을이 창의 커튼을 바람처럼 흩뜨려놓을 때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노래하는 카나라아가 되고
있겠어요
내 뺨을 박하향으로 불 피워놓고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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