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피면/곽재구
나팔꽃 피면
함남 도안에 살았다던
이모 생각이 나
여학교 때 작문시간
일본말 하이꾸가 쓰기 싫어
원고지 빈 칸마다
나팔꽃 한 송이 새겼다던
눈이 맑은 이모 생각이 나
함남 도안
백석이 쩔쩔 끓는 귀리차를 마시며
고원선 막차를 기다리던 곳
기다리다 흩날리는
눈송이들 바라보았던 곳
나팔꽃 피면
낡은 가족 사진 속
백석에게 연애 편지
백 섬도 썻다는
이모 생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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