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마흔,저 망할/성선경

능선 정동윤 2011. 9. 30. 21:40

마흔,저 망할/성선경

 

 

햇살이 쨍쨍 깨어진 유리처럼 빛나는 하오

한참을 잊고 지내왔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치자

기다렸다는 듯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쳤다 치자

쓸데없는 안부들이 술잔처럼 오갔다 치자

괜히 실실거리는 웃음들이 일회용 종이컵처럼

마구 낭비되고 있었다 치자

괜한 자랑거리를 만들고 싶었다 치자

서로 눈 가리고 아웅거린다 싶었다 치자

아들의 우등상부터 아내의 몸무게까지

온갖 자랑거리가 소비되고 있었다 치자

돼지 삼겹살을 더 시켰다 치자

사심없이 공기밥을 앞에 뒀다 치자

실실거리는 웃음들이 아직도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었다 치자

아직도 무궁무궁 자랑거리가 있다고 치자

그래도 요즘 정치가, 하고 화제를 잠시

바꾸었다 치자

만족한 듯 꾸르륵 게트림을 했다 치자

아주 유쾌한 만남이었다고 악수를 나누었다 치자

흘러간 옛노래를 흥얼거렸다 치자

여기 저기 흩어지는 좁쌀들

더욱 둥글게 포만한

저기 좁살 한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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