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저 망할/성선경
햇살이 쨍쨍 깨어진 유리처럼 빛나는 하오
한참을 잊고 지내왔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치자
기다렸다는 듯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쳤다 치자
쓸데없는 안부들이 술잔처럼 오갔다 치자
괜히 실실거리는 웃음들이 일회용 종이컵처럼
마구 낭비되고 있었다 치자
괜한 자랑거리를 만들고 싶었다 치자
서로 눈 가리고 아웅거린다 싶었다 치자
아들의 우등상부터 아내의 몸무게까지
온갖 자랑거리가 소비되고 있었다 치자
돼지 삼겹살을 더 시켰다 치자
사심없이 공기밥을 앞에 뒀다 치자
실실거리는 웃음들이 아직도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었다 치자
아직도 무궁무궁 자랑거리가 있다고 치자
그래도 요즘 정치가, 하고 화제를 잠시
바꾸었다 치자
만족한 듯 꾸르륵 게트림을 했다 치자
아주 유쾌한 만남이었다고 악수를 나누었다 치자
흘러간 옛노래를 흥얼거렸다 치자
여기 저기 흩어지는 좁쌀들
더욱 둥글게 포만한
저기 좁살 한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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