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손택수
아낙이 숫돌에
칼을 갈고 있다
횟집촌 골목
생선배를 따던 칼날들이
녹을 벗고 은빛 날을 세운다
칼들은 생선처럼 이네 싱싱해졌다
生鮮이라는 말의
배를 갈라놓을 듯
죽은 말의 살점을 다 저며놓을 듯
철선이 스윽 바다를 가르며 지나간다
상처가 나기 무섭게 아무는 푸른 부위
불꽃을 튀기며 숫돌이 돌아간다
거대한 상처 속에서 파닥파닥 깨어나는 말
손에 쥔 날치 한 마리가 은빛 날비린내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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