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자갈치/손택수

능선 정동윤 2011. 9. 30. 17:06

자갈치/손택수

 

아낙이 숫돌에

칼을 갈고 있다

 

횟집촌 골목

생선배를  따던 칼날들이

녹을 벗고 은빛 날을 세운다

 

칼들은 생선처럼 이네 싱싱해졌다

生鮮이라는 말의

배를 갈라놓을 듯

죽은 말의 살점을 다 저며놓을 듯

 

철선이 스윽 바다를 가르며 지나간다

상처가 나기 무섭게 아무는 푸른 부위

불꽃을 튀기며 숫돌이 돌아간다

 

거대한 상처 속에서 파닥파닥 깨어나는 말

손에 쥔 날치 한 마리가 은빛 날비린내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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