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신덕룡
뙤양볕 아래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나무들
자상에 단단한 옹벽을 만들고 있다
숲 속에는 잡풀만 우거진 메마른 쉼터의
갈증과 한평생 허리 눕혀 쉴 수 없는 직립의
고통이 있다.병든 몸끼리 부딪쳐 상처난 자리마다
맷돌처럼 무거운 옹이의 한숨이 매달려 있다
산성비에 절어 썩지 못한 낙엽들이 켜켜이
쌓이고 흘러가지 못한채 소문처럼 들썩이는
추억이 있다 때가 되면 다시 못 올 손님처럼
떠나가는 뼈아픈 이별이 있으나 별빛에 섞여
깜빡이다 사라지는 반딧불 같은 그리움은 없다
뙤양볕 아래
수천수만의 나뭇잎 풀어
저를 감추는,한여름의 숲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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