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여름 숲/신덕룡

능선 정동윤 2011. 10. 2. 11:41

여름 숲/신덕룡

 

 

뙤양볕 아래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나무들

자상에 단단한 옹벽을 만들고 있다

 

숲 속에는 잡풀만 우거진 메마른 쉼터의

갈증과 한평생 허리 눕혀 쉴 수 없는 직립의

고통이 있다.병든 몸끼리 부딪쳐 상처난 자리마다

맷돌처럼 무거운 옹이의 한숨이 매달려 있다

산성비에 절어 썩지 못한 낙엽들이 켜켜이

쌓이고 흘러가지 못한채 소문처럼 들썩이는

추억이 있다 때가 되면 다시 못 올 손님처럼

떠나가는 뼈아픈 이별이 있으나 별빛에 섞여

깜빡이다 사라지는 반딧불 같은 그리움은 없다

 

뙤양볕 아래

수천수만의 나뭇잎 풀어

저를 감추는,한여름의 숲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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