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탓입니다/정동윤
우면산 산사태가 저, 잣나무 탓이라네요
노아의 홍수 때 잣나무로 배 건조한 건 아시지요
공해에 강하다며
가만히 있는 우릴 땅에다 박아놓고
내 열매 따 먹을 욕심으로
녹색 숲 건강 도우미라 자랑해 놓고
태풍에 호우에 산사태가 나니 제 탓이라네요.
저야 뭐 온 힘을 다해 수액 뿜어 올리며
머리 시커멓도록 일만 하였지요
쭉쭉 무럭무럭 키우는 일만 했지요
그래도 제 탓입니까?
그러면, 제 탓입니다.
저를 몽땅 파내어도 간벌만 하여도
아무 소리 않겠습니다.
제가 백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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