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정동윤
밥값이 비싼 서초동에서
법원 구내식당은 광고하지 않아도
단골이 많다.
양복 입은 중년 남성이 4인용 탁자 위에
식판을 내려놓는다.
어깨에 걸린 무거운 가방
건너편 의자에 내려놓고
무가지와 접이 우산은
오른편 의자에 내려놓고
천천히 식사한다.
참, 식사 전에 눈 감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린다.
-이렇게 싸고 맛있는 점심을
널찍한 식탁에서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작업복 입은 노무자 두 명이
빈자리 찾으며 허기진 눈을 두리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