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마당 넓은 집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1:37


 마당 넓은 집

 

산능선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거품 가득한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아침마다 그림자 데리고
시내까지 내려와
종아리 만지고 달아나는 북한산을
마당으로 만들려고
일요일 새벽에 배낭 메고
산으로 떠났다.

특이한 바위나 귀한 나무들
멋진 봉우리에 깊은 계곡까지
요모조모 카메라에 오려 담은 뒤
컴퓨터로 구워서
늘리고 줄이고 수정하여
마당으로 만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유월 햇살에
마당에는 잘 익은 토마토가 열리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부드러운 껍질이 터져
녹색 사랑이 얼굴로 튀었고
글자판 틈새까지 끼어 들었다.

북한산에 눈이 쌓이면
마당에도 하얀 눈이 덮이고
밤마다 현란한 손가락이
마당을 일구어, 
좁은 방엔
끝없이 넓은 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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