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지나가다
산능선
겨울 가뭄에
검게 변한 나무들
시멘트색 하늘이
금방 어두워질 것같은
토요일 오후
이젠 포장 마차에도
쉽게 눈길 가지 않는
불황의 퇴근 길
짧은 순간
구름을 빠져 나온 햇살
지하역을 통과한
전동차 등줄기에
부채살로 비치다
철교 위에서 덜컹덜컹
강물로 뛰어 내린다
빈 은행나무 사이로
가로등이 켜지면
잔 물결 출출한 강물이
불빛을 삼킨다
탁한 강물에 매달린
신기루의 도시
전동차의 울림마저
교각틈에 끼어
여운없는 파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