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첫날*
산능선
달력의 첫날
달빛도 오그라드는
음력 동짓달 초열흘
어두워도 익숙한
그 산길 따라
붉은 해를 담으러
비봉에 올라가자
겨울 밤 홀로 지샌
물푸레나무를 지나.
지천명 걷는 동안
밤낮은 꼬리 잡고 맴도는
도깨비 불꽃놀이,
빙빙 돌며 태우는
기쁘고 슬픈 날도 반반
철렁하는 세월 중에
알고 오르는 산길이야
어두워도 무섭지 않고
막막한 세상살인
산길보다 험하더라
삼만 번 해가 떠도
이날만은
손 잡고, 어깨 감아
아침 해를 삼켜 보자,
정다운 사람들아!
비봉 바위벽에 서서
더운 피가 식기 전에
붉은 해를 담아가자.
산길처럼 즐거울
남은 날을 위하여!
먼길 함께할
그대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