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어릴 때는
늘 해만 바라보며 놀았다.
종일 따라다녀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키 크고 대 굵어지자
자기가 가야 할 방향
비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해를 향해 빙글빙글 도는 일
발아래 비비추에 넘기고.
우상인 태양이
가랑비에도 몸을 사리고
작은 솜털 구름에도
얼굴이 밝았다 어두워졌다
잘 변하는 걸 본 뒤부터는.
이따금 태양이
장마와 태풍에 시달린 뒤
폭염으로 몰아쉬는 숨
온몸으로 받으며
의연하게 제 갈 길 찾아간다.
해가 검붉은 흥분 거두고
수평선 넘어갈 때도
해바라기는 자신의 시선
거두지 않고
자신만의 갈 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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