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해바라기

능선 정동윤 2019. 5. 19. 14:44

해바라기

 

어릴 때는

늘 해만 바라보며 놀았다.

종일 따라다녀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키 크고 대 굵어지자

자기가 가야 할 방향

비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해를 향해 빙글빙글 도는 일

발아래 비비추에 넘기고.

 

우상인 태양이

가랑비에도 몸을 사리고

작은 솜털 구름에도

얼굴이 밝았다 어두워졌다

잘 변하는 걸 본 뒤부터는.

 

이따금 태양이

장마와 태풍에 시달린 뒤

폭염으로 몰아쉬는 숨

온몸으로 받으며

의연하게 제 갈 길 찾아간다.

 

해가 검붉은 흥분 거두고

수평선 넘어갈 때도

해바라기는 자신의 시선

거두지 않고

자신만의 갈 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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