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늦은 점심

능선 정동윤 2019. 5. 19. 14:43

늦은 점심

 

 

홍제천 폭포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징검다리도 있고

물길 좁아지는 여울을 만난다.

 

바로 그곳,

중대백로 한 마리가

한 곳을 응시한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

 

이따금

조용하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기도 하다가

한순간

긴 부리를 물속으로 꽂으며

상황을 마감한다

 

부리에 가로로 걸친 물고기

몇번 고쳐 물면

긴 목구멍 안으로

꿈틀꿈틀 내려간다.

 

목가심으로

냇물 두어 모금 들이킨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게 바뀌어도

백로는 자신의 일에 충실한다.

 

오늘, 점심이 늦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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