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
홍제천 폭포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징검다리도 있고
물길 좁아지는 여울을 만난다.
바로 그곳,
중대백로 한 마리가
한 곳을 응시한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
이따금
조용하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기도 하다가
한순간
긴 부리를 물속으로 꽂으며
상황을 마감한다
부리에 가로로 걸친 물고기
몇번 고쳐 물면
긴 목구멍 안으로
꿈틀꿈틀 내려간다.
목가심으로
냇물 두어 모금 들이킨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게 바뀌어도
백로는 자신의 일에 충실한다.
오늘, 점심이 늦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