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그대, 뜨거운 커피 같은

능선 정동윤 2019. 5. 19. 21:25

그대, 뜨거운 커피 같은

 

커피는

목구멍에서 입천장을 돌아

혀 끝으로 음미한 후

콧구멍으로 향이 빠져나와야

그 맛을 안단다.

 

예순이 지나고부터

산, 들, 강, 바다가

한결 고요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길도

참 순해진 것 같다.

 

뜨겁진 않아도

질곡의 날을 걸러

한 모금 머금으면

온 입안 맴도는

진한 향을 간직한 그대

 

필터가 없어도

알갱이 남지 않은

담담하고 간결한

인생의 주인공처럼,

 

드러낼 높은 산도

깊숙이 감출 바다도

찾아다닐 들판도

기다릴 강물도

일상에 묻어버리고

 

소박한 날을 수확해

잘 볶아낸 커피 포터

은은한 영혼이 적셔진

깊고 검붉은 향

오래 간직하고 있는

뜨거운 커피 같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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