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뜨거운 커피 같은
커피는
목구멍에서 입천장을 돌아
혀 끝으로 음미한 후
콧구멍으로 향이 빠져나와야
그 맛을 안단다.
예순이 지나고부터
산, 들, 강, 바다가
한결 고요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길도
참 순해진 것 같다.
뜨겁진 않아도
질곡의 날을 걸러
한 모금 머금으면
온 입안 맴도는
진한 향을 간직한 그대
필터가 없어도
알갱이 남지 않은
담담하고 간결한
인생의 주인공처럼,
드러낼 높은 산도
깊숙이 감출 바다도
찾아다닐 들판도
기다릴 강물도
일상에 묻어버리고
소박한 날을 수확해
잘 볶아낸 커피 포터
은은한 영혼이 적셔진
깊고 검붉은 향
오래 간직하고 있는
뜨거운 커피 같은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