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숲으로
꽤 명망 있는
숲치유사 모임에
초대받았다.
낙엽과 함께
탐방객이 빠져나간 뒤
참 한적한 광릉숲으로.
"쌀쌀한 날은
열대식물관이 제격이지"
그곳에 근무하는 회원의 제안.
아프리카와 적도를
숨 가쁘게 돌고
겉옷의 지퍼를 내리며 나왔다.
밖은 아직도
상고대 그대로 피어있고
벤치에 앉은 서리도 창백하다.
쓸쓸한 벤치
손바닥 도장으로 위로하고
가을 광릉숲 한 바퀴 돌았다.
전나무 쓰러진 산책로
길게 이어진 데크 길
잘 갖춰진 쉼터에 앉았다.
둥글게 자리 잡고는
모두 나를 바라본다
초대한 이유에 답하란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시인의 시로
함께 젖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