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잃어버리다
일요일에 갑자기
숲 해설 일정이 잡혔기에
거절할 수 없어
702A 번 버스로 올랐다.
꽤 더운 날씨지만
버스 안은 시원하여
모자도 배낭도 벗고
편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에 빠지다가
도착지 알림을 듣고
얼른 배낭을 메고 내렸다.
따가운 오월 햇살에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
아뿔싸!
모자를 두고 내렸구나
아내가 선물로 사 준
애지중지하던 그 모자
어디를 가나 쓰고 다녔던 모자.
제발 꿈이기를. . .
정녕 꿈이 아니었다
잠시 목줄 푼 사이
집을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던
그 옛날의 강아지처럼
소중하고 아까운 것도
떠날 때는 다 떠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