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백악산
얼룩무늬 하이에나가 어린 누를
혼자 사냥할 때는 실패할 확률이 85%,
세 마리가 사냥할 때는 30%로 줄어든다고,
우리가 여럿이 등산하는 것도
위험을 줄여보려는 노력 아닐까 .
올겨울의 마지막 눈길 산행은
상주와 괴산에 걸친 백악산 857m
백두대간 속리산이 마주 보이는 곳
입석 분교를 들머리로
물길 줄어든 개울 따라 올라가면
갈색의 낙엽송이
한 무더기로 모여 있고
하얀 자작나무 숲은
신성하고 존귀하게 보인다
수안재로 오르는 물안이골 옆
노아의 방주 만든 잣나무 숲은 길고
모두 엇비슷한 동령림
산이 헐벗었을 땐 사방공사
이제는 울창한 산의 주인공이지만
사방공사용 나무처럼
세월은 우리를
뒷전으로 물러나란다.
깔린 낙엽 하얀 눈
아이젠도 조심스럽다
수안재 이후는 눈길
능선에 부는 차가운 바람
방한모와 겉옷에 달린 모자까지
겹쳐 썼다.
눈도 10cm에서 30cm 이상
어느 산인들 눈 쌓이면
기막힌 풍경 나오지 않을까
잊을 수 없는 눈부신 풍광은
작년 올해 내년에도
눈 쌓이면 또 볼 수 있을 터
망각은 올해도 낯선 풍경이다
능선 따라 부처바위, 침니바위
출입을 막고 있는 대왕봉,
돔형바위도
요모조모 감상할 여유가 없다
영하 10도 이상
푹푹 빠지는 눈길
우린 동계훈련하는 병사같다.
가파르고 좁은 길
긴장도는 높고 높지만
앞사람의 발자국 따르기도
쉽지 않은 걸음이었다.
다양한 바윗길과 흙길
구름은 흩어졌다 모였다
눈이 내리다 말았다
바람이 사나웠다 잠잠하여도
우리는 한결같은 자세로
백악산 정상에 올랐고
주변의 아늑한 곳을 찾아
행복한 점심도 나누었다.
탁 트인 헬기장
구름 낀 하늘과 먼 산을 조망하고
길고 긴 소나무 군락지로
천천히 통과하며
편백보다 적은 피톤치드지만
소나무 숲 아래를 지나며
심호흡하며 피로를 달래니
오르락내리락 하산의 언덕도
견딜 수가 있었다.
마지막 1km는 경사가 빨랐고
날머리에 위치한 옥양폭포는
물길조차 꽁꽁 얼어 있다.
대들보 같은 긴 바위 아래
창문 같은 구멍으로
맑은 물줄기가 쏟아져야 하지만
혹한은 모두를 얼게하였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엔
머지않아 다가올 봄소식이 실렸다
산행을 기획 연출한 친구는
한 발 앞서 하산하여
입석분교에 세워둔 애마를 타고
우리가 날머리 도착 시간에 맞춰왔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외골의 편견과 주장도 조절하며
체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등산화 끈을 조이고 싶다.
쉬는시간 포함 7시간 정도 걸렸다.
육십 중반을 통과하며
내면의 깊이를 더 하고
내공도 쌓고 또 쌓은 뒤
등산과 여행을 통한
삶의 확장 내역을
이렇게 점검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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