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진 것이
나뭇잎, 내 탓이 아닌데
나무는 절연을 선언하고
냉정하게 떠나버렸다.
혼자 얼굴 붉으락 푸르락
잔뜩 달아 오른 당혹감에
온몸의 맥이 다 풀렸다.
하늘까지 가리며
뜨겁게 사랑했건만
단지 해가 빨리 진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다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앓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떨어진 날 밟고 가는 아이들은
과자 먹는 소리가 난다 하고
파도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어떤 시인은
영혼처럼 운다 하고
날개 소리라 하고
여자의 옷지락 소리라 적어놓았다.
초록이 빠진 슬픔
달콤한 바람의 속삭임에 녹아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지만
결국엔 가루로 부서지고
흔적 없이 분해되어야 끝나는
이런 일방적 이별은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