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유월의 숲으로/정동윤

능선 정동윤 2021. 6. 7. 22:37
유월의 숲으로/정동윤

흐린 날씨
살짝 떨어지다 마는 빗방울
먹구름 틈의 파란 호수
아이들 기다리는 아침

숲 전용 면 가방에
이것저것 골고루 담아
아이들과 함께
단풍나무숲으로
장끼 도망치는 관목 사이로
노래도 하고
박수도 치며 지나간다.

지렁이도 보고
무당벌레도 발견하고
지금 한창인 오디를 보면
뽕나무와 거북이 전설 들려주고
또 가다가 멈추어 서서
애기똥풀로 아이들 손톱
노랗게 칠해주고,

유월의 숲
산새들의 요란한 벚나무 파티
박새 네댓 마리가
버찌 따먹다 떨구어주면
그 까만 열매 으깨어서
고양이 얼굴 그려주고
호랑이 얼굴 그려주고

쉼터 의자에 앉아
민들레 한 다발
송이송이 뜯어가며
끈질긴 삶 들려주다
드디어 도착한 숲 놀이터
지천으로 깔린 토끼풀
네잎 클로버 찾아볼까

먼저 찾은 아이는
그네 타러 뛰어가고
나중 찾은 아이는
밧줄 다리 건너가고
세잎 클로버도 행복한 숲 아이들
자 맘껏 놀아라~~~

얘들아 모여라!
들려줄 이야기가 있단다
오늘은 바빌론의 신화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뽕나무에 스민 두 사람의 피,
오디의 슬픈 이야기 들려주마

놀던 아이들 달려와
네모 탁자에 옹기종기 앉으면
하얀 오디가 빨갛게 변했다
다시 까맣게 변하는 사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도
긴 가지 늘어뜨려 아주 진지하게
귀를 쫑긋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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