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연어의 나이테/복효근

능선 정동윤 2011. 8. 18. 08:52

연어의 나이테/복효근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는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않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넣은 굴렁쇠 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니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서는 강물냄새가 나는 것이다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새끼연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몇 만 년을 두고

다시 그 강을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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