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화장지에 대한 단상/복효근
한때는
하얀 꿈결같은 면사포였다.첫날밤처럼
얇은 겉포장지 벗겨지고부터
제 살을 뜯어
뉘 더러운 밑을 닦거나
뉘 죄지은 입술을 닦거나
세상 더러운 얼룩을 닦는데
짧은 한 평생이 다 갔다
그래, 한때는
뼈대있고 탄력이
통통 튀는 시절도 있었지만
그 하얀 꿈의 마디마디 잘려나가
휴지통에 버려진 뒤
비로소 남은 텅 빈 뼈 한토막
다 써 버린 두루마리 화장지
재활용 불가능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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