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두루마리 화장지에 대한 단상/복효근

능선 정동윤 2011. 8. 18. 09:01

두루마리 화장지에 대한 단상/복효근

 

 

한때는

하얀 꿈결같은 면사포였다.첫날밤처럼

얇은 겉포장지 벗겨지고부터

제 살을 뜯어

뉘 더러운 밑을 닦거나

뉘 죄지은 입술을 닦거나

세상 더러운 얼룩을 닦는데

짧은 한 평생이 다 갔다

그래, 한때는

뼈대있고 탄력이

통통 튀는 시절도 있었지만

그 하얀 꿈의 마디마디 잘려나가

휴지통에 버려진 뒤

비로소 남은 텅 빈 뼈 한토막

다 써 버린 두루마리 화장지

재활용 불가능 우리나라

골다공증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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