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정영주

능선 정동윤 2011. 8. 18. 09:41

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정영주

 

 

봄이 가려운가 보다

 

엉킨 산구유들이

몸을 연신 하늘에 문대고 있다

노란 꽃망울이 툭툭 터져 물처럼 번진다

 

번져서 따스이 적셔지는 하늘일 수 있다면

심지만 닿아도 그을음 없이 타오르는

불꽃일 수 있다면

 

나는 너무 쉽게 꽃나무 곁을 지나왓다

시간이 꽃보다 늘 빨랐다

 

오랫동안 한 곳을 보지 않으면

그리고 그 한 곳을 깊이 내려가지 않으면

시가 꽃이 되지 못한다

 

가슴 안족에 생기는 나무가 더 많아

그 그늘이 더 깊어.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차와 나팔꽃/복효근  (0) 2011.08.18
칠하기/김정희  (0) 2011.08.18
어떤 제다법/복효근  (0) 2011.08.18
틈, 사이/복효근  (0) 2011.08.18
두루마리 화장지에 대한 단상/복효근  (0) 2011.08.18